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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새로운 배우 사도 송강호 배우를 만나다

Tae in님 | 2015.10.04 16:25 | 조회 491


손이 댈 것 같은 뜨거운 유아인의 사도와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운 송강호의 영조가 어마어마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충돌한다. [사도]를 보고 난 뒤, 송강호에게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유아인에게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송강호가 더욱더 궁금해졌다. 언제나 최고였던 배우가 척 하니 꺼내놓은 미지의 얼굴은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었으니까.

송강호는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노쇠한 영조의 피로와 신경질적인 성정, 깐깐하기까지 한 버릇까지 수렴청정을 하는 단 3분 만에 전달해버렸다. 그래서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비장의 무기를 가슴에 수백 개쯤 품고 있을 것 같은 그를 만나서 물었다. 최고의 배우가 생각하는 배우의 숙명에서부터 아버지로서의 아쉬움까지 짧은 영상에 다 담기지 못한 말들을 옮겼다.

 

이지혜 : 언론 시사 이후 반응을 SNS로 다 찾아본다고 들었다.(웃음)

송강호 : 오해가 좀 있다.(웃음) [설국열차] 시사 끝나고 박찬호, 봉준호 감독님하고 같은 차로 이동했는데 본인들도 동시에 확인을 했다. 그러면서 모든 걸 저한테 덤터기를 씌웠다. 누구나 다 시사회 끝나고 어떻게 보셨나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사도]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도 다 챙겨봤다.(웃음) 혹시 누가 날 욕 하나 하고. 농담이고. 첫 시사는 정말 조마조마하다. 첫 번째 손님들을 모시고 보여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지혜 : 영조와 사도세자는 조선 역사 속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아버지와 아들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송강호 : 영조 대왕께서는 군주다. 아버지 이전에 한 나라의 임금이시고. 그러니까 개인적인 욕망과 군주로서의 나라를 운영하는 태도가 내적인 충돌을 일으키면서 인생을 지배했을 거다. 물론 사도도 마찬가지겠지. 사도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과 현실에서 조여 오는 족쇄의 충돌이 있었을 거다. 이런 것들이 비극의 씨앗이 된 것 같다. 2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어떻게 보면 먼 나라 얘기일 수도 있고, 아주 오래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반추할 수 있는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이지혜 : 영조라는 캐릭터에게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던 순간은 언제였나.

송강호 : 왕들은 제일 위에 앉지 않나. 그 자리에 앉는 순간 외로움이 밀려온다. 모두가 다 왕을 쳐다본다. 왕에게 얘기를 하지 않고, 왕이 얘기해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연속되다 보니까 옥좌라는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외로움과의 싸움 같다.

이지혜 : 촬영 현장에서는 왕과 마찬가지로 가장 선배 격인데 외롭지 않았나.

송강호 : 촬영 끝나고 다들 집에 갈 때.(웃음) 다들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다들 바쁘다고 집에 갔을 때 외로웠다. 농담이고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참 행복하고 즐겁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영화 내용은 굉장히 비극적이고 슬픈데, 그걸 촬영하는 기본 환경은 즐거워서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아주 재미있게 촬영했다.

이지혜 : 늘 인상 깊은 캐릭터들을 만들어왔는데 송강호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 안에서 변주를 주었다. 그러나 영조는 목소리부터 이전과는 다른 질감을 부여했다.

송강호 : [사도]는 특별했던 것 같다. 우선 외형적으로도 70세 노인의 모습이다. 일단 외모는 특수분장 덕분에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내면은 다르지 않나. 영조대왕께서 오랜 세월 조선의 왕으로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살아오면서 정치적으로든 가정적으로든 굉장히 시련을 많이 겪었다. 그런 것들을 연기를 통해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특수분장으로는 도저히 커버가 안 되는 내면의 고통과 외로움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걸음걸이 같은 사소한 것들, 특히 중점을 둔 건 목소리의 변화였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혜 :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성대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송강호 : 그래서 지금도 목소리가... (웃음) 농담이다. 다행히 촬영 끝나고 다 좋아졌다.

이지혜 :영화에서 사도와 영조의 스파크가 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맞부딪치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는데, 현장에서 유아인과 함께 연기할 때 짜릿함을 느낀 순간이 있을까.

송강호 : 대부분 다 그랬지만 특별한 장면을 하나 꼽자면, 아무래도 첫 시퀀스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인정전 큰 앞마당에서 뒤주에 사도를 가두게 된다. 가두는 과정의 시퀀스가 사도와 영조가 만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촬영하면서 가장 짜릿했고 이 영화가 어디로 가야 되고 어떻게 가야 된다는 지향점을 느꼈던 시퀀스였다.

이지혜 : 많은 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 배우가 송강호다. 함께 연기하는 후배들이 많은 걸 물어볼 것 같은데.

송강호 : 그럴 것 같은데 한 사람도 안 물어본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물어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물어보진 않고 지켜보더라. 저 장면을 어떻게 연기하나 하고. 그런 건 좀 느낀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렇게 물어보진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연기라는 것이 물어본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체화하지 않으면 수학공식처럼 답을 듣는 순간 적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물어봐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 지켜본다는 건 자기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지켜보는 것 같다.

이지혜 :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는 어떤가.

송강호 : 뭘 봐.(웃음) 좀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근데 현장에 가면 다 지켜보지 않나. 스태프들까지 8, 90명, 어떨 땐 백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힘들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스태프들이 내 연기를 봐주시는 첫 번째 관객이지 않나.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지혜 : 배우들을 만나보면 카메라 앞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한다. 늘 카메라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던 송강호라는 배우도 카메라 앞에서 외로움을 느끼나.

송강호 : 모르긴 해도 그 말을 내가 제일 처음 했던 것 같다.(웃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지켜만 본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때 외로움이 최고조인 것 같다. 결국은 배우라는 것이 혼자구나. 옆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할 때는 혼자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외로운 존재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지혜 : 그런 감정을 언제 처음 강하게 느꼈을까.

송강호 :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연극은 무대 위에서 하지 않나. 연극이 시작되면 외로움이 밀려온다. 혼자 모든 것들을 다 책임져야 되니까. 영화는 또 카메라 앞에서 그렇고.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다들 숙명을 안는 것 같다. 배우의 숙명이다. 정말 외로울 수밖에 없는 숙명이랄까.

송강호 :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인데다 멜로다. 퓨전사극의 장점과 배우들의 매력적인 모습을 통해서 한 명의 시청자로서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원래 역사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지혜 : 역사물의 어떤 부분에 끌리는 건가.

송강호 : 이준익 감독님께서는 모르기 때문에 호기심에 끌린다고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우리는 역사물 또는 사극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다 알고 있는 얘기에 늘 하는 말투, 외모 등 갇혀 있는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까 가장 창조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모르고 있는 부분도 있고, 만들어가는 드라마가 각도에 따라서 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물보다 창의력이나 창조력이 더 많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 같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이나 그 시대의 사건, 그때의 인물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물과 역사를 좋아한다.

이지혜 : 그렇다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파악한 영조라는 왕의 본질은 무엇인가.

송강호 : 사실은 왕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왕이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일종의 세뇌가 돼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드라마를 통해서 왕의 모습을 봐왔던 거지. 나는 그런 것보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가장 사실적인 영조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왕의 모습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이자 한 나라의 군왕으로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간 노쇠한 인간. 그것이 영조라는 인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왕은 왕관만 쓰면 되는 거다. 외모나 사람들의 인식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지혜 : 영조와 사도의 관계는 툭 터놓고 대화를 했다면 그렇게까지 비극으로 이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기를 하면서 아버지인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을 텐데.

송강호 : 영조대왕까지는 아니지만, 대화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웃음) 대화가 필요해, 진짜. 경상도 사나이다 보니까 무뚝뚝하다. 그런 것들이 아쉽지만 타고난 성격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사도]를 보면서 물론 직접적인 대입까지는 안 하겠지만, 그래도 가족분들이 추석에 함께 보게 되면 많은 생각을 가지실 것 같다. [사도]를 보고 나서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될 거다.(웃음)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아들이나 딸도 마찬가지고. [사도]는 가족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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