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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좋아하는 배우 강동원인터뷰 '배우를 만나다'

정다운아이 | 2015.11.17 13:35 | 조회 474



잘 생긴 남자가 가지는 아우라 이상의 이질감을 가진 강동원은 종종 신화 속에 나오는 존재처럼 낯설다. 마치 유니콘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움인데, 그는 영화 속에서 그것을 부수거나 더 높게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변주해왔다.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애써 잘생김을 지웠고,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아빠라는 일상의 색을 입혔다. 그런가 하면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는 검과 도포 자락의 미를 널리 알렸다. [검은 사제들]의 기대 포인트 역시 그가 사제복을 입었다는 것. 턱밑까지 올라오는 로만 칼라에 발목까지 내려가는 수단을 입고서 신학교 교정을 성큼성큼 걷는 강동원에게 멋지다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면서 멋진 배우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잘생겼고, 외모 이상의 매력을 가졌다. 임계치를 넘는 매력을 지닌 그들 덕분에 강동원과의 만남을 앞두고도 담담할 수 있었다. 그의 가죽 바지와 로만 칼라에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강동원을 만났다.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는 낯을 가리는 데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 터라 인터뷰하기 쉽지 않은 배우다. 그러나 어느덧 현장에서 선배 격이 될 정도로 쌓은 시간 덕분일까? 15편의 영화를 거치며 일하는 자리에서도 여유를 가지게 된 강동원은 자신의 평소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게 해줬다. 가까운 사람들과 수다 떨기 좋아하고, '개그부심' 있는 서른다섯 살 남자. 다음은 [검은 사제들]을 끝까지 다 파고 들어갔던 근성부터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농담들까지, 강동원이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들이다.

 



이지혜 : 최부제를 연기하기 위해서 다양한 언어도 공부하고, 사제복도 입었는데, 외부적인 설정 외에 이 캐릭터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했나요?

강동원 : 일단 최부제라는 캐릭터를 알아가려고 제일 먼저 시작했던 게 기독교 역사를 공부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까 한도 끝도 없더라고요. 거의 유럽 전체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비슷해요. 공부를 좀 하다 보니까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죠. 그래서 실제 신부님을 찾아뵀는데, 며칠 정도 지방 내려가서 거기서 먹고 자고 하면서 신부님이랑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있었어요. 제가 종교인이 아니다 보니까 이 종교, 이 직업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최대한 전달하느냐가 숙제였어요.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신부님들의 삶의 무게였어요. 직업으로서의 무게와 엄청난 자기희생, 이런 것들을 쉽게 넘어가고 싶진 않더라고요. 최대한 표현 하고 싶었어요.

이지혜 : 다른 작품에서도 미션이 주어지면 기본부터 파고들어 가는 스타일인가요?

강동원 : 저는 항상 그렇게 해요. 예를 들어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는 검에 있어서는 달인처럼 연습해야 느낌이 더 날 것 같아서 훈련도 5개월 정도 했고요. 원래 좀 그런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윤종빈 감독님이랑 몇몇 친한 분들이 붙여준 별명이 있는데, '다 파'라고. 다 파고든다고.(웃음) 일상에서도 그런 편이라, 장난으로 '다 파' 강동원 선생이라고 불립니다.

이지혜 : 함께 시간을 보낸 신부님께는 뭘 제일 처음으로 물어봤나요?

강동원 : 이 근처에 뭐가 맛있느냐고.(웃음) 식사하러 가셔야죠, 했죠. 제일 궁금했던 건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그리고 저는 신학대생 역할이었기 때문에 신학교 생활은 어떤지였는데 결국 이런저런 전반적인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은 그런 생각까지도 했어요. 수도원을 좀 갔다 와야 하나. 그렇게까지 하는 건 여러 사람한테 민폐일 것 같아서 참았어요.(웃음) 제 목적을 위해서 다른 사람한테 민폐 끼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그 정도 수준에서 했던 건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배움이 있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저도 꽤 오픈마인드가 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시더라고요. 상대방을 대하는 것 자체가. 언제나 자기 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니까. 그런 말씀도 드렸어요. 어떻게 이렇게 사시느냐고.(웃음) 그런데 나는 귀를 빌려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굉장히 많이 와 닿았어요.

 

이지혜 : 최부제의 배짱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숙사에서 몰래 술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실제로 한 적이 있잖아요.

강동원 : 굉장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요.(웃음) 물론 안 되는 일이지만 저희 때는 그랬어요. 기숙사 문을 잠가 버리니까 2층에서 뛰어내리고. 저 역시 실제로 뛰어내린 적이 있었어요. 저 말고 제 친구는 거꾸로 떨어져서 다칠 뻔 한 적도 있고. 다행히 괜찮았어요. 특별히 뭔가 한다기보다 자유를 갈구했던 것 같아요.

이지혜 :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오컬트물인 동시에, 사제복을 입은 평범한 소년이 히어로가 되는 성장물이기도 한데요.

강동원 : 작업하는 사람들끼리도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이건 최부제의 성장드라마다. 제 캐릭터에 있어서는 그런 게 있죠. 원래 그것도 굉장히 큰 주제 중 하나에요. 결국에는 믿음이 두터워지고, 희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구마의식을 통해 최부제는 사회인으로서 거듭나는 거죠.

이지혜 : 연기나 일을 제외하고 가장 재밌는 건 뭔가요?

강동원 : 일하는 사람들 만나서 술 한잔 할 때가 제일 재밌더라고요. 동료들 만나서 그냥 스트레스받았던 거 서로 공유하고. 결국 직장 동료들이랑 수다 떠는 거죠. 그러다 보면 좋은 의견도 많이 생기고. 친한 사람들한테 영감도 많이 받는 스타일이거든요. 제 주변에 자극을 주는 사람들 굉장히 많아요. 특이한 분들도 많고.

이지혜 : 어떤 종류의 자극인가요?

강동원 :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멀리, 크게 볼 수 있구나 그런 것도 있겠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해 이 사람은 이렇게 접근하는구나, 그걸 또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놀랄 때도 많아요.

이지혜 : 술자리에서는 주로 듣는 편이신가요?

강동원 : 아니에요. 얘기를 같이 많이 합니다.(웃음)

이지혜 : 대중들은 강동원 씨에 대해서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잖아요. 말도 잘 안 할 것 같고 밥도 잘 안 먹을 것 같고.

강동원 :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웃음) 음식 먹는 거 좋아하고요. 아, 제가 일 말고 제일 즐기는 것 중에 하나가 음식인 것 같아요. 맛없는 건 잘 안 먹는 편이에요. 먹다가 음식에서 너무 성의가 느껴지지 않을 때면 '나는 이 성의를 들여서 먹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이걸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웃음) 맛없는 걸 먹으면 화가 난다기보다는 공허함이 들더라고요.

이지혜 : 의외로 작품에서 노래를 꽤 부르셨어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도 그렇고 [M]도 그렇고 [검은 사제들]에서는 성가를 불렀는데요.

강동원 : 연습은 사실 많이는 안했어요. 왜냐하면 일단 가사 외우는 데 굉장히 힘들었고요.(웃음) 제가 [군도:민란의 시대] 끝나고 소리에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이게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발성 연습은 어렸을 때 했지만, 멋모르고 할 때랑 제가 필요로 해서 할 때랑 다르잖아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죠. 제 친구 중에 노래 잘하는 가수가 있어서 배우고 있는데 1년이 넘었어요. 1년 반쯤 됐나? 거기서 발성 연습하면서 친구랑 같이 그레고리안 성가도 연습하고.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타이밍에 너무 잘 불러도 이상해요.(웃음) 어느 정도 하니까 더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발성 연습의 연장선에 있었던 거라서 좋게 들으셨다면 효과가 있는 거겠죠?

이지혜 :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의 트라우마에 영향을 끼친 요소가 개인데, 개 좋아하세요?

강동원 : 네, 되게 좋아해요. 어릴 때 집에서 두 마리를 키웠어요. 너무 좋아해요. 저를 너무 좋아하니까. (웃음) 그리고... 그냥 뭐랄까, 개를 보면 천사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있어요. 어쩜 이렇게 다 착할까. 혼자 사니까 못 키우는 거죠. 개 외로울까 봐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 개의 외로움을 내가 어떻게 달래줄까. 나중에 가족이 생긴다면, 그때쯤에는 키워도 되지 않을까요.

이지혜 : 그때 되면 키우고 싶은 개가 있나요?

강동원 : 있어요. 휘핏을 좋아해요. 하운드 계열의 개로 알고 있는데 굉장히 좋아해요. 제일 빠른 개예요. 그레이하운드가 제일 빠른데 단거리는 휘핏이 제일 빠르다고 알고 있어요. 너무 착하게 생겼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아는 가족들이 그레이하운드 계열의 개를 키우시는데 그 개가 너무 순해요. 걔를 보고 '너는 천사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요. 걔 보고 제가 키운다면 휘핏 같은 게 좋겠다고 생각만 했어요.

 

이지혜 : 영화계 주당 중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강동원 : 저도 제 주량을 모르겠어요. 선배님들 주량도 모르겠고. 저는 상위권에 못 들걸요? 저는 담배를 안 피우고, 취미가 크게 없다 보니까 좀 오래 버티긴 해요. 체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편이라. 운동도 많이 하는 편이고.

이지혜 : 평소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나요?

강동원 : 네. 그런데 캐릭터에 따라서 달라요. 운동한 느낌이 도움되면 더 열심히 하고요, 아니면 유지도 하면 안 되니까요, 운동한 느낌을 없애야 할 때가 있으니까 그땐 아예 안 하고요. 지금은 다음에 찍을 영화의 캐릭터가 병약한 느낌이라 아예 안 하고 있는 상태예요. 모든 배우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작발표회나 이런 때 배우들이 관객분들과 많이 만나 뵙잖아요. '저 사람 왜 저렇게 변했지?' 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들 지금 찍고 있는 작품 때문일 거예요. 어떤 때는 체중이 나갈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유지할 때도 있고 빠져있을 때도 있고. 헤어스타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배우들은 할 수가 없어요. 언제나 그 캐릭터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저도 이런저런 거 해 보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요. 뭘 할지 결정이 안 돼 있다면 체중은 유지하고 헤어는 그냥 기르는 게 맞아요. 다만 관객들과 만날 때는 좀 더 멋있는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안 될 때가 많죠.

이지혜 : 이번 [검은 사제들] 제작발표회 때는 그 욕심을 이루지 않았나요?

강동원 : 이번 경우에는 지금 체중을 계속 빼고 있고, 머리도 계속 길러야 하는 단계고. 그래서 그때 맞는 의상을 고르고 그런 거죠. 저는 고집을 크게 안 피우는 편이에요. 제 스타일리스트들 의견을 많이 듣고, 같이 회의해서 결정할 때도 있지만 거의 스태프들을 믿어요.

이지혜 : 입생로랑의 가죽 바지를 완벽하게 소화해서 스타일리스트께서 굉장히 기쁠 것 같던데요.

강동원 : 그랬어요. 그렇게까지 좋아할 건 뭐냐고 했는데(웃음)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지금은 체중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서 그런 것 같고요. 사실은 그 전날 비행기를 열 몇 시간 타고 와서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을 때였는데 다행이죠.

이지혜 :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한다거나 욕심이 있으신 편인가요?

강동원 : 특별히 웃음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개그코드가 없지 않아요. 안 웃긴 성격은 아니라서요. 웃기다고들 많이 해요.(웃음)

이지혜 : 본인의 유머감각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강동원 : 없진 않아요.(웃음) 저는 사실 연기할 때 멋있는 것보다는 웃긴 거 할 때가 편해요. 만족감도 크고. 아마 [검사외전]에서는 코미디적인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지혜 :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강동원 : 의견을 많이 안 내는 배우로 알려져 있지 않을까요? 주로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감독님께서 해달라는 거 하고, 그 정도예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얘기를 다 끝내는 편이니까요. 저도 일한 지가 꽤 됐기 때문에 웬만하면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든요. 디테일한 것들은 서로 조율하는 거니까. 그래 봤자 두 테이큰데. 이거 하고, 제 것 하고. 깔끔하잖아요.(웃음)

이지혜 : 일하는 스타일이나 작업에 접근하는 스타일이 완벽주의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강동원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요즘에는 그냥 즐겁기만 하다는 게 커서요. 모르겠어요. 제가 저를 얼마나 괴롭히는지.

이지혜 : 어느 시점부터 그랬나요?

강동원 : 예전 인터뷰 중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제야 좀 출발 선상에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그제야 마음을 좀 편안하게 먹고, 제가 하고 싶은 표현을 쉽게 할 수 있는 어떤 그런 자유로움이 조금은 생겼을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2009년도쯤?

이지혜 : 자세가 바뀌어서일까요, 계속 일을 하면서 경험이 쌓이며 바뀐 걸까요?

강동원 : 복합적인 거겠죠. 모든 사람이 저를 보고 있고 저는 그 안에서 뭔가를 혼자 표현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거든요. 언제나 어떤 표현을 했을 때 '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 라는 게 머릿속에 있단 말이에요. 그걸 떨쳐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요. 결국에는 경험과 경험에서 습득한, 편해질 수 있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시점 즈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이게 맞아, 그러니까 이렇게 할 거야 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계속 의문을 던지긴 해요. 제가 요즘 드는 의문은 많이 편안해지니까 '그게 맞나'라고 다시 묻고 있어요. 편한 게 맞나?

이지혜 : 역시 완벽주의자네요.(웃음)

강동원 : 그게 즐거워요. 저는 재미없으면 안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게 재미있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도전이 생기니까요. 얼마나 더 표현하고 얼마나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으며, 꼭 편안한 것이 맞는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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