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공연예술제, 놓치면 아쉬울 신선한 영감의 무대들

누군가의꿈이될님 | 2015.10.11 13:26 | 조회 4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지난 금요일 약 한 달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그 어떤 나라들보다도 해외 신작이 빨리 소개되고 있는 한국 공연계라 하지만, 대중성이 우선인 뮤지컬이 아닌 참신한 시도와 실험적 구현이 돋보이는 동시대 작품이나 세계 공연계 이슈를 만들어낸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서울공연예술제는 많은 공연 애호가들과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고유의 존재 의미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독일, 벨기에, 스페인,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등 총 7개 국가에서 연극과 무용 장르 22개 작품이 참여하는 올해 축제에서 더욱 눈에 띄는 화제작들을 살펴보자.

지금이라도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면
<셰익스피어 소네트> <리빙룸>
안타깝지만 이미 매진이다. 가장 큰 화제 속에 국내 공연을 앞두고 있는 두 작품은 베를린 앙상블의 <셰익스피어 소네트>와 예진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의 <리빙룸>이다. 독일 베를린 앙상블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그의 아내가 설립한 극단으로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시작으로 <서푼짜리 오페라> <코카서스의 백문원> 등 화제의 베르톨트 작품을 비롯하여 고전들을 공연하며 현대 연극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베를린 앙상블 뿐 아니라 거장 로버트 윌슨이 연출을 맡고,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이자 다양한 공연예술 장르에서 작곡가로 활약하고 있는 루퍼스 웨인라이트가 음악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발간 400주년을 맞아 제작되어 2009년 초연한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소네트 중 짝사랑의 고통, 인간의 필멸과 시의 영원성을 다룬 25편을 무대화했다. 강렬한 색체와 미장센, 때론 감미롭고 때론 몽환적인 매력적인 선율 등으로 셰익스피어가 쓴 사랑의 시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위)와 <리빙룸>(아래)

연극의 독자성을 탐구하는 연극론과 남다른 배우훈련을 주장하고 실천했던 폴란드의 예지 그로토프스키. 그가 세운 '그로토프스키 워크센터'를 이어 받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의 수장이 된 토마스 리차드가 연출하는 <리빙룸>은 예술이 일상 공간과 사적 관계를 비롯한 현실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인가를 탐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리빙룸'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초대받은 손님으로서 환대 받으며 공연에 참여하고 또 무대를 관람한다. 일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살기 위해 '죽음'을 논하다
<벗어난 원리들 ver.2-우는 사람들> <아이고>
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고 실제로 자주 접하지 않았던 관객들은 작품의 의도를 잘 파악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주제가 뚜렷한 작품이라면 주제 아래 보이는 것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관극'임을 의심하지 말자. 무브먼트 당당, 김민정 연출의 <벗어난 원리들 ver.2-우는 사람들>은 12개의 방 안에서 죽음 직전의 순간을 포착해 몸으로 전달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뎌진 현대인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줄 무대로 지난해 초연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올 11월에는 갸론 극장 및 넥스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프랑스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아이고>

<아이고>는 안무가 임진호가 아버지와 삼촌을 도와 장례지도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망자를 보내는 절차,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 등 장례 문화를 춤의 언어로 풀어냈으며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해석, 질문이 이어진다. 무거운 주제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를 푸는 움직임엔 절제된 유머와 개성이 가득하다. 2011년 초연 후 해외 무대에 꾸준히 소개되어 왔다.

스타 무용수들의 활약
다수의 TV 무용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조망 받은 스타 무용수들의 활약도 이어진다. 현재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 톰에 소속된 김설진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고 가며 초현실적 무대가 펼쳐지는 <아 루에>에 무용수로 참여하며, 안무가로서 김주원을 내세운 <지젤>을 통해 사랑, 관심의 끈을 놓치기 싫은 지젤과 무용수의 공통점을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LDP 무용단 단원이자 또 한 명의 스타 무용수 이선태 역시 안무가로 변신, <여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 땅에서 딸, 애인, 아내, 엄마 등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의미, 이를 바라보는 내, 외부의 시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용수로 나서는 장윤나 역시 2003년 국립무용단에 최연소로 입단하는 등 천부적이고 우아한 몸짓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온 무용계 스타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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